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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로서의 기록
    카테고리 없음 2019. 10. 16. 23:13

    세상은 선명하지 않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에겐 아주 가는 줄 하나가 각자를 지탱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줄의 끝에 누군가 분명 잡아당기는 자가 있다. 그런데 흐릿하여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도 내가 보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쪽은 줄을 잡고 있고 한쪽은 묶인 것이다. 그저 각자의 일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양쪽은 순전히 감으로 서로에게 의지하려 노력한다. 물론 애써도 결국 줄은 느슨하거나 팽팽할 뿐이다. 평행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 줄을 잡아 당기든 놓든 그것은 전적으로 그쪽의 의지다. 우리는 전혀 관여할 수 없다. 본디 자유롭게 살고 싶은 사람일지라도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의 밀고당김을 벗어날 수 없다. 역시 세상 속의 삶이란 무척 어렵다.

    우린 어느 일정한 사이클 속에 각자를 가둘 수 있을 뿐인거 같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매일이 똑같다. 대부분은 어느 시간 일어나서 일터에 나간다. 아마 평생을 그렇게 할 것이다. 실업가든 아니든 세부적으로는 비슷하다. 벌어들이는 돈을 제외하곤 다 똑같다. 다람쥐 쳇바퀴 돈다고 웃기게 보는 우리네 모습처럼 누군가 우리를 한심하게 보고 있을 것이다. 각자의 쳇바퀴 도느라 시간이 없다. 끔찍하다.

    시간으로 바라보자. 이 시간에 이걸 마시고, 이 시간에 책이나 문서를 보고, 이 시간에 운동을 하고, 이걸 할 땐 이 음악을 들어야 하고, 사이에 밥도 잘 챙겨 먹는다. 주간으로 따지면 더욱 비참하다. 이런 행위를 5일간 반복하다 어느 시기에 총합 2시간 쯤을 나눠 같은 짓을 위해 장을 본다. 하루는 가족들을 찾아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려 노력한다. 하루는 온전히 쉰다. 월간으로 보면 저 주간의 4번 돌림이다. 년간으로 보면 저 월간의 반복 속에 여행하는 주간을 주어지게 할 뿐이다. 시간이 어느 시점부턴가 매년 똑같다. 기억이란게 존재할 필요가 없다. 그냥 몸이 그렇게 하고 있게 된거다. 그렇기에 각자에게 맞는 취미란 중요한 거 같다. 취미가 일생을 지배해 버리니까.

    취미란 걸 생각해 본다. 조깅, 커피, 음악 감상, 독서 정도다. 조깅은 최근 미세먼지만 나쁨 수준이 아니라면 달리러 나간다. 한번 달리면 무조건 10키로는 뛰어야 한다. 음악은 탬포가 적당히 느껴지는 팝쪽이 좋다. 독서든 조깅이든 앞 뒤로 에스프레소 기반의 커피를 마셔야 한다. 바이닐로 클래식이나 재즈를 들으며 앞에 역시 커피가 놓여 있어야 한다. 이때는 싱글 원두로 핸드드립을 즐긴다. 독서는 기억하지 않아도 나도 모르게 몸 어딘가에 흡수돼 머릿속을 지배하는 거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아니 믿었다. 그런데 누군가 정독한 책을 설명하는데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듣는 경우가 생긴다. 어렴풋이 기억하는 부분도 있지만 결국 모르겠다. 아... 역시 무리다. 싶다.

    무리인 것이다. 물리적인 시간이 갈수록 더욱 희미해진다. 그런 점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건 서글프다. 감각적인 퇴화와 소멸을 느끼게 돼 버린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린다. 커피를 내리는 방식은 누구에게나 디테일하게 존재한다. 아무리 예민해고 신경이 날카로워도 어떤 행위를 머리로는 그리지 못할 때가 많아진다. 다행스러운 건 손은 기억하고 묵묵히 수행해준다는 점이다. 그 과정이 무척이나 빠르고 간결해 놀라곤 한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손에 의존해 내린 커피를 마시다 문득 무서워졌다. 머리는 결국 잊을 것이다. 무언가 기록을 해야 한다. 지저분하게 세상에 무언가 기록따위를 남기는 그런 행위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선명함에 근접하고 싶은거다.

    장광설이 되어 버렸다. 독서를 좋아한다. 그 순간들의 감상을 취미로 기록하고 싶어졌다. 기왕이면 새로운 취미 목록에 티스토리가 들어가면 좋겠다. 천천히 몸이 이 티스토리에 맞춰지면 좋겠다. 처음으로 무언가 디지털화된 취미를 시작하고자 한다. 주 5일은 책 소개 겸 감상을 적는게 최종 목표다. 적응이 될 때까진 주에 1~2회 정도만 기록을 하면 될 거 같다.

    줄거리는 적지 않는다. 추천 문장도 2개를 넘기지 않는다. 책 이름과 저자 옮긴이 등의 소개와 개인적 감상, 읽을 때 느낀 공기의 흐름 같은 걸 적을 뿐이다.

    - 독서의 기록은 이렇게 길지 않을 것이다. 위에 적은 걸 보니 역시나 말이 많은 성격이구나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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